대격변의 주인공은 고블린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퀘스트 퀄리티 (그러나 개인적인 미적 감각 문제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와우)가 대단한 게임임에는 어떤 이견도 없지만 그동안 플레이를 극도로 피해왔습니다. 한번 정액제 요금을 결제할 때마다 황폐해지는 삶을 보노라니 도저히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요. ^^a 그런데 그동안 와우 대신 해본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터무니없는 노가다성 컨텐츠로 시간도 돈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는 주제에 형편없는 게임성으로 재미도 없고 더군다나 서비스까지 더럽게 해대는 바람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더군요. 그냥 이쪽 세계를 떠나야할 나이가 된게 아닌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마지못해 온라인 게임을 끄적거리고 있을 때, 와우:대격변(이하 대격변)의 오베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지난날의
멋진 배경의 옥의 티였던 수면을 포함해 물속의 표현도 대폭 향상, 그래선지 물속 전용 퀘스트도 많아졌네요.
이번 대격변 오베 때는 과거와 달리 클라이언트 CD를 따로 판매하지 않았더군요. (혹시나 싶어서 블코에 문의도 해봤습니다.) 간소하긴 하지만 패키지라는 형태와 넣어주는 OST와 느린 인터넷 때문에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아쉬웠습니다. 할 수 없이 15G의 클라이언트를 이틀에 걸쳐서 받았지요. (전에 사둔 리치왕 클라이언트를 먼저 깔고 패치를 받으면 된다는 비기를 나중에 티어즈군이 알려줬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래도 확인차 해보니 패치 용량만 8G 정도 되더군요..orz)
겨우 설치를 마치고 들어가보니 왠지 무척 낯설었습니다. 한때 나름대로
이번 대격변은 추가된 내용 외에(서버가 예전 불성때 하던 곳이라 이부분은 즐겨보지 못했네요) 인터페이스와 아제로스 저레벨 지역이 많이 변해서 와우의 후속작을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동안 구질구질한 게임이나 하다보니 낮아진 안목 때문인지, 그렇지 않아도 상당히 디테일해진 배경을 이제 풀옵으로 돌려서 그런지, 무슨 최신 게임이라도 하는거 같았죠. 게다가 게임상 시간도 흘러서 옛날
새롭게 변한 아제로스 저레벨 구간의 퀘스트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퀘스트
대격변의 인터페이스는 게임 시스템과 함께 전반적으로 간단하고 편리하게 변했습니다. 스킬 열람, 던전 찾기, 퀘스트 창의 변화가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몇은 대격변 이전에 패치를 통해 적용됐다지만 제 기억엔 없어서 함께 적어봅니다)
먼저 스킬 열람에서 자신이 가진 탈 것과 펫을 볼 수 있는데, 분류처럼 자신이 배운 스킬처럼 취급됩니다. 그래서 수집품인 주제에 인벤토리 한칸씩을 차지하던 것들이 더이상 인벤을 압박하지 않게 변했습니다. 이미 배운 탈 것과 펫의 생김새도 볼 수 있는 등, 이제야 수집품이 수집욕을 자극하게 되었지요. (이런 식으로 인벤 압박이 많이 줄었습니다. 흑마의 조각이나 냥꾼의 탄을 인벤에 넣어다니지 않아도 되고 연금술의 약병이 하나로 통합되는 등 말이죠. 그러고보니 주문각인이나 고고학 처럼 게임내 수집 요소를 강조하는 모습이네요.)
그리고 던전 찾기를 통해 모든 서버에서 파티원을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던전과 자신의 역할만 지정하면 자동으로 찾기 시작해서 파티가 완성되면 어디서 뭘하고 있던지 던전에 입장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던전이 끝나면 원래 있던 장소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와우의 묘미가 인던이라 해도, 전엔 파티 모으기가 너무 힘들었죠. 던전 입장까지 꽤 기다려야 하지만 공개창으로 파티구하는거 보다야 확실히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전체 서버에서 파티를 찾기 때문에 저레벨 비인기 인던이라도 클리어하면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오베 기간이라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마지막으로 퀘스트 창의 변화입니다. 와우의 퀘스트는
대격변으로 캐릭터 육성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레벨 구간의 성장이 제법 빠르고 편하게 레벨업 할 수 있었죠.
먼저 40렙이나 되야 배울 수 있던 각 직업의 밥줄 스킬이 10레벨에 특성을 개방하면 바로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런 스킬의 데미지가 체감상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한마리의 몹을 상대하는 시간이 줄었고, 왠만한 정예퀘도 무리없이 혼자서 할 수 있었지요. (이런 변화는 장단점이 있겠지만 캐릭터를 다시 키우는 입장에선 대환영입니다) 스킬 자체도 정비가 되서 붕대의 친구였던 도적과 전사, 물빵의 친구였던 법사도 다른 직업들에 비해 부당할 정도로 고생하며 레벨업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흔히 말하던 레벨업 특성이 더욱 레벨업에 최적화된거 같았죠. 그리고 조건에 따라 트리거되던 스킬이 다양해져서 사냥하는게
그리고 육성의 필수 요소로
퀘스트 자체도 재미있었습니다. 퀘스트 패턴은 변함없지만 로그를 읽다보면 그냥 웃길 때가 많았죠. 대격변으로 새로 생긴 퀘스트들이 그랬습니다. 정신줄 놓고 난무하는 패러디가 대부분이지만, 블쟈 자신들의 게임 특히 대격변 이전의 와우를 패러디한 부분에선 어쩔 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대격변을 통해 수정된 과거의
대격변의 새로운 종족 늑대인간. 고블린에 비해 너무나 빈약한 인상이었지만 키우다보니 정이 드네요. 특히 어깨가요.
오베 기간이 끝나자 인정사정없이 게임에서 튕기는 쿨함은 여전했습니다. 요금 결제 페이지로 가보니, 90일권 구매시 북미 대격변 패키지의 특전인 데스윙 펫을 준다고 하더군요. 튕기기 전에 한참 달리던 캐릭터도 여관에 주차해야 했고 펫도 준다길레 90일권을 구입했습니다. 아무리 예상했던 일이라도 이렇게 쉽게 넘어가도 되나 싶었지요. ^^a
오래된 온라인 게임이 접근성을 높이고 레벨업을 쉽게 만드는 이유는 흔히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핵심은 그 게임이 재미있느냐 하는 것이죠. 적어도 제게는 대격변이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3달이면 대격변을 즐기기 충분한 시간일테죠. 끝이 있어야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답무용 유저를 붙잡기에 급급한 게임을 하는거 보다야 몇배는 충실하게 놀 수 있을 것입니다.
p.s. 다시 키우는 캐릭터 하나가 아웃랜드로 넘어갔는데 그곳은 전혀 변하질 않았더군요. 지겹기도 했지만 퀘스트를 주욱 진행하다보니 옛날옛적 불친절한 와우씨를 다시 만난거 같았습니다. ^^a 그나마 레벨업이 빨라져서 금방 노스랜드로 이동할 수 있었지요. 역시 대격변의 무대는 아제로스 대륙이었나 봅니다. 아마 다음달에는 대격변의 추가된 지역으로..
p.s. 감상을 쓰다보니 블코에 계좌번호라도 보낼 기세로 극찬 일색인데, 물론 취향에 따라 대격변이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퀘스트를 받을 때마다 잔뜩 적혀있는 글자를 읽는 것이 고된 분들, 게임에서 몹을 잡고 루팅하는거 외에는 군더더기라고 느끼시는 분들, 게임을 그만둘때 지금까지의 노력을 현금화 할 수 있는 것이 온라인 게임의 미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는 대격변을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미 한국에는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Posted by 토티마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