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몇주동안, 작정하고 좀비 영화만 찾아보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잘 기억나지 않네요..^^a)
그때 게임 원작의 영화치고는 의외로 평이 좋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도 보게 되었습니다. (1,2,3편)
그러나 당시 주옥같은 추천 좀비 영화만 봐서 높아진 눈에다 (게다가 이젠 뭐가 막 튀어도 무덤덤해져서..)
과거 명작 게임 때문에 쓸데없이 높아진 기대치가 겹쳐서, 정작 영화는 그렇게 재미있게 볼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즐긴 바이오하자드는 저런 것이 아니었을 텐데'란 의심스런 기억이었죠.
그러다 같이 찾게된 것이 디제너레이션 이었습니다. 게임의 바로 그들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기대됐죠.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내내 정겨운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디제의 CG는 대단치 않습니다.
게임의 CG 동영상 같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런 면이 오히려 본래 바이오하자드 다웠습니다.
옛날 게임기로 접했을 때, 게임은 못하더라도 오프닝만은 몇번이고 돌려보던 것이 다 떠오르더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겹다는 이야기는, 영화로서 재미있다는 의미가 절대 절대로 아니긴 했지만 말입니다. ;)
p.s. 좀비물 같은 자극적인 요소가 중요한 영화는 좀 쉬어가며 보는 것이 좋을거 같더군요.
아무리 쇼킹한 장면이라도 익숙해지니 별 감흥이 없어서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그편이 영화 자체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반면 재미없는 작품이 걸리면
다른 의미로 끔찍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죠.. orz
얼마 전에 지브리의 '게드 전기 : 어스시의 전설'을 봤습니다. 르귄의 그 유명한 어스시 연대기가 원작에다 지브리가 만들어서 무척 기대하고 있었는데, 왠지 기회가 없어서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역시 많은 사람들의 지적처럼 각색에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했습니다. ^^a 그래도 어스시 세계관의 마법사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게 볼 수 있었지요. (수틀리면 파이어볼이나 날려대는 대인살상 마법을 난사하는 마법사는 좀..)
아무래도 지브리의 어스시에 아쉬움이 남다보니, 혹시 어스시 연대기가 원작인 다른 영화가 없나 찾아보게 되더군요. 그러다 찾게 된 것이 '게드 전기 : 어스시의 마법사'였습니다. 그리고 생각 외로 무척 재미있게 봤었죠.
솔직히 다음에 해당하는 분들에겐 조심스럽게 추천을 피하고 싶은 영화이긴 합니다. 판타지 영화에 있어 화려한 특수효과나 웅장한 전투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각색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원작의 완벽한 재현이라고 생각하거나, 영화 외적인 요소도 영화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말입니다.
그런 것들을 제외한다면, 고전 판타지 팬들에겐 무척 즐거운 영화일 것입니다. 특히 어스시의 독특한 분위기를 충실하게 표현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더군요. 모처럼 판타지 다운 판타지 영화를 본 거 같습니다. 요즘 마법 활극 일색인 판타지 영화에 지치신 분들이라면 권하고 싶네요. ^^
p.s. 그런데 엔딩의 키스신은 좀 생뚱맞긴 하더군요. 밀려드는 위화감에 불편할 정도였습니다. 정말 관객들은 미형 배우들의 키스신을 보기 위해 비싼 극장표를 구입하나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제작자는 그런 장면을 넣나요? 어디서 그런 내용의 글을 읽은 거 같기도 하고..
몬스터헌터 프론티어 온라인, 무려 PC판이 한글화되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등급은 18금..^^a)
그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짬이 날 때마다 몬스터헌터 포터블 2nd G(이하 몬헌)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작년 여름에 PSP를 구입했는데, 이유는 단지 몬헌이 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사실 유저의 민첩성을 시험하는 액션 게임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종종 접하게 되는 몬헌의 이야기를 듣자니 무척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게임에서 파생된 여러가지? 것들도 그랬습니다. 일본TCG 정보를 찾다보니 몬헌TCG까지 나왔더군요.)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역시 액션 게임에 약한데다 몬헌 특유의 보스몹과 몇십분 배틀이란 것이 무척 낯설어서 힘들더군요.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 할 수는 있었지만, 결국 상위 키린에서 막히고 말았습니다. 조언을 구하고 동영상을 보고 무기를 바꿔가며 도전했지만 무리였습니다. 이러다보니 다인 플레이 밖에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위에 PSP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없다는 것이었죠. 그렇게 몬헌 라이프는 끝나는가 싶었습니다. (마침 그때 즈음 프론티어가 오베를 시작하고 티어즈 군과 몇몇 지인들이 열심히 플레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온라인 게임답게 바뀐 밸런스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큼직한 화면에 고화질로 몬헌을 즐긴다 하더라도 납득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금방 관둬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추석 연휴 때 오랜만에 천재 군과 놀 기회가 있었습니다. 천재 군은 이미 몬헌을 은퇴한 숙련자. G급 장비와 모든 훈련소 컨텐츠를 클리어한 실력을 믿고 상위 키린을 잡아달라고 했습니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깨달음을 얻었지요. G급이라도 일이분만에 뚝딱뚝딱 몹을 잡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물론 얀쿡 같은건 가능하지만) 별거 아닌거 같아도, 제겐 아주 중요한 패러다임의 변화였습니다. 그후로 몹을 잡는데 30분은 기본이라고 생각하니 몹들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몬헌은 단순한 액션 게임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바로 자신을 다스릴 줄 알아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었지요! @ㅁ@;
여하튼 그렇게 몬헌 라이프는 계속 되었습니다. 여전히 솔로잉이지만 착착 진행해 나갔죠. (그동안 PSP를 구입한 지인은 생겼지만 몬헌이 없답니다.) 그러다 아르 군이 군대를 간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그래도 여기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라 뭔가 챙겨주고 싶더군요. 마침 심심하다길래 강력하게 몬헌을 추천했습니다. 몬헌 소프트가 없다길래 하나 사와서 빌려줬죠. 그리고 입대까지 며칠을 신내나게 신나게 돌렸습니다. 아르 군이 전에 세컨드를 하던 데이터가 있어서, 상위 키 퀘스트를 깨고 G급 입성을 달성하며 마무리 지었습니다. 왠지 신나게 수레 태우며 고생도 많이 시켰던 거 같은데, 전반적으로 즐겁게 놀았습니다. 역시 PSP는 몬헌 머신이더군요. 파티플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아르 군이 입대하고 또 솔로잉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최근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제 몬헌으로 놀만큼 놀았다고 말입니다. 사실 클리어 하지 못한 컨텐츠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거나 '이 컨텐츠는 싱글용이 아닙니다' 라며 온몸으로 표현하는 난이도의 퀘스트는 패스했었죠. 그러고 나니 이제 남은 게 없었습니다. 끝이 난 것입니다. 문득 이번에는 갑옷이 못생겨서 버려뒀던 남캐를 키워볼까 싶었습니다. 그러자 금방 지금까지 쏟아부은 몇백시간 떠오르더군요. 당장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돌아보면 몬헌은 그 명성 만큼이나 대단한 게임이란 건 확실했습니다. 메모리스틱을 비우다 보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파티플이나 신나게 해보고 싶어지더군요. 갑자기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레벨 다운이 걱정
마지막으로 몬헌을 하면서 애착이 가던 장비에 대해 적어봅니다. 흔히 소개하는 고성능의 장비는 아니지만 G급 극초반에 만들어서 상당히 오래 입은 장비입니다.
기자미Z헬름
기자미Z메일
레우스X암
기자미Z폴드
기자미Z그리브
장주(1슬롯)와 참철주(1슬롯)를 박으면 기본적으로 '예리도 레벨+1' '명검' '방어-30'이 뜹니다.
G급에 올라오면 몹들이 하도 단단해서 공략하기 힘든데 예리도와 명검은 무척 유용한 스킬입니다. 여기에 무기 슬롯이 2개라면 5개의 맹공주(2슬롯)를 박아서 '공격력UP[대]'까지 띄울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방어-40'까지 뜬다는 것인데, 분노시 2단 콤보 맞고 수레 타는 건 마찬가지라 감수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룩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지만 나름 멋지기도 합니다. ^^a
워머신 미니어쳐 게임의 제작사인 Privateer Press에서 워머신의 새로운 룰인 MkII 룰을 PDF파일로 공개했습니다.
내년 1월에 발매예정인 워머신 MkII 룰북에 비해 일러스트나 도표 등의 누락은 있지만 더이상 변경사항이 없는 완성판입니다.
Privateer Press에선 지난 여름부터 MkII의 완성도를 위해 공개적인 온라인 포럼에서 필드 테스트를 진행해 온 바 있습니다.
그에 대한 감사의 뜻을 담아서 MkII 룰의 공개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룰은 아래의 링크에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몇가지 정책들로 인해 상당히 마음에 들던 회사인데, 이번의 대담한 결정으로 호감도가 더욱 업되었습니다.
아무리 마케팅 효과가 있다하더라도 룰북 판매로 인한 수익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일텐데 말입니다. 몇가지 장치가 있지만
(특히 그들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의 골수를 뿌리채 뽑아먹으려 급급한 작금의 몇몇 회사들을 보자면 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전부터 제법 비싼 가격에 구입을 망설였던 메노스 기병대를 구입해 버렸습니다. ^^a <- 결론
p.s. 미니어쳐 카테고리의 오랜 방치 끝에 첫글입니다.
사실 상당히 오랫동안 관심과 자금을 기울이고 있는 워머신이라 따로 준비한 첫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왠지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 써내지를 못하고 있었네요. (미니어쳐 도색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급히 룰의 공개를 알리고 싶은 마음에 적었는데 오히려 이곳의 첫글로 잘됐다 싶기도 합니다.
사무라이 스피리츠 제로에서 부터 등장한 '마지키나 미나'의 피규어 백색 버전입니다.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는 예전부터 제법 구경하는걸 좋아하던 게임인데 막상 제로 앞뒤로는 플레이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의 오락실 전성기가 막을 내리고는 접할 방법이 상당히 제한되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전에 조금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땐 새로 등장한 여자 캐릭터들의 복장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정도였습니다. (희대의 히로인 나코루루를 넘어서기 위해선 벗을 수 밖에 없었다는 비화가 있다던가 없다던가..^^a)
그러다 옛날옛적 블로그를 열어만 놓고 계속해야하나 말아야하나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미나의 피규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눈에도 상당히 잘 만들어진 피규어라는 감상이었죠. 특히 미나의 등짝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도 인상적이다 보니 블로그를 개장한다면 간판으로 만들고 싶더군요. 그러던 것이 결국, 간판으로 만들기 위해서 블로그를 개장해 버렸습니다. 네, 당시 블로그 개장의 직접적인 계기는 바로 미나의 피규어였던 것이지요..orz
하지만 간판으로 만들려다 보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정작 마음에 든 것은 미나의 등짝이지만, 간판으로 누군가의 등짝을 건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미나의 앞모습으로 간판을 만들었습니다. 결과물은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중요한 의미를 잃은거 같아 아쉬워했던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게다가 피규어 관련 블로그라는 인상이 강해서 포스팅과 거리감 마저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등짝을 걸었어야 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번 블로그 개장으로 2년 가까이 걸어뒀던 간판을 내리다보니 그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피규어 소개와 함께 끄적끄적 적어보았습니다. 정말 오랜만의 피규어 관련 포스팅이라 그런지, 요즘은 어떤 피규어가 나오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신나게 역주행 해봐야겠습니다.
상품명 : 사무라이 스피리츠 령 - 마지키나 미나 백기 버젼
메이커 : 다이키 공업
발매일 : 2008년 2월 중순
원형사 : 唐詩郎 (코브라회)
제품사양 : 1/4 스케일 PVC 완성품, 사이즈 높이 약 510mm x 폭 약 400mm
소매가격 : 23,100엔 (세금 포함)
옛날옛적 고스트 스위퍼가 한권한권 정식발매되는 것을 꼽아가며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 (지금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당시 나름 설정자료집 비슷한걸 만들어가며 보고또보고 했더랍니다. ^^a) 그리고 무척 인상적인 작풍이라 이후의 작품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찾아다녔죠. 그런데 이어서 발매되는 작품들은 (미스터 지팡구, 엽기열탕 카나타) 솔직히 아리송한 작품이었습니다.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감상만으로 그의 작품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사라지고 있었죠. 그때 우연히 발견한 것이 절대가련 칠드런이었습니다. 이건 재미있다! 기대반 불안반으로 책장을 넘기던 감상이었습니다.
잦은 연재중단의 침체를 딛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역습의 작품, 젊은세대의 트렌드 '로리'를 철저 파악해 모에 요소를 공략하는 필사의 작품, 절대가련 칠드런에 얽힌 비화들이 어찌되었건.. 과거의 영광이 떠오를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신간 체크 리스트에 항상 올라와있는 작품이 되었지요.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절대가련 칠드런의 애니화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유명한 작가의 인기있는 작품이라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참을 수 없이 어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고스트 스위퍼 애니에 좌절했던 경험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기대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절대가련 칠드런의 애니메이션이 방영되던 날,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감상에 들어갔습니다.
허걱, 이거 왠 애들 목소리?! 아니 그보다, 절대가련 칠드런이 이런 만화였던가?! 오프닝 부터 패닉이었습니다. 애니 주제곡을 부르기 위해 결성된 초등학생 유닛이란 독특했습니다. 일단 이건 옆으로 두고. 분위기나 연출이 모 마법소녀물을 벤치마킹한 것도 아니고.. 사실 원작에 그러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종의 패러디 정도였지, 애니를 보니 오히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려대로 첫화의 내용은 대상 연령이 상당히 낮춰진 상태였습니다. 방향도 이상하고..
그러나 계속 보다보니 알게 되더군요. 역시 오프닝은 페이크였습니다.
애니화 되면서 수위조절을 위해 각색이 되긴 되었는데, 미묘하게 원작의 즐길거리?가 남아있더군요. 덕분에 표현하기 어려운 시너지 작용이 발생해 관점에 따라 상당히 위험해?졌습니다. 역시 원작이 원작인지라, 일부 특정 어른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더군요. 개인적으로 재미있게보고 있습니다. ^^a 그리고 처음엔 이질감이 느껴지던 오프닝 곡도 듣다보니 제법 괜찮았습니다. 이리저리 뒤지다 PV도 봤는데, 오히려 PV만 놓고 보자면 상당히 마음에 들 정도였습니다. 역시 애니가 문제였던
며칠 전에 어떤 게임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가끔 찾는 게임스팟에 들렀습니다. 게임 이름을 검색창에 넣으려고 하는데 사이트 곳곳에 걸려있는 광고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바로 폴아웃3의 발매 광고였습니다. 어?! 이제는 나올리가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폴아웃의 후속작에 흥분되면서도 의아했습니다. 벌써 수년 전 발더스 게이트로 대표되는 여러 명작들을 남기고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인터플레이와 함께 그들의 후속작도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폴아웃 시리즈는 정말 인상깊게 플레이했던 게임이라 참을 수가 없더군요. 당장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위의 링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미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새로운 RPG의 전설을 만들어가는 베데스다에서 폴아웃 관련 판권을 구입해서 만든 후속작이었습니다. 폴아웃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두근거리는데 게다가 베데스다입니다. 뭔가 엄청난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임스팟 광고와 링크되어있던 티저 사이트를 구경하면서 왠지 반가운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특히 배우까지 기용해 만든 영상에는 폴아웃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무척 잘 담겨있어 대단할 정도였습니다. 오래전 폴리곤 덩어리의 인물들론 전할 수 없는 분위기죠. 핵전쟁 이후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기만하려는 그런 유머와 세계관은 게임을 더욱 인상깊게 만드는 요소였습니다. 그리고 폴아웃 특유의 시스템적 요소들도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 게임 화면을 보자 뭔가 달랐습니다. 기존 폴아웃의 매력은 포스트 뉴클리어 장르의 세계관과 자유롭고 방대한 스토리에도 있었지만, 폴아웃 만의 전투 시스템에도 있었습니다. 전략 시뮬레이션이 연상되는 쿼터뷰 2D그래픽으로 표현된 턴제 전투였지만 무척 흥미진진한 시스템이었죠. 후에 그런 전투 시스템만을 부각시켜 '폴아웃 택틱스'라는 게임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폴아웃3 게임은 엘더스크롤, 아니 오히려 바이오쇼크가 연상되는 모습이었습니다. FPS의 게임 서사도 물론 여러 명작들로 증명되었지만 그래도 예전 폴아웃의 전투 시스템이 그리웠습니다. 미니건으로 무장한 슈퍼 뮤턴트 기지를 습격하기 위해 밤까지 기다려 먼거리 엄폐물 뒤에서 저격 라이플로 공격하거나, 파워아머로 무장한 브라더후드 오브 스틸과 어쩌다 난전에 돌입하게되면 낮은 퍼센트에도 조준사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긴장감, 그런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트레일러 영상에도 살짝 보여줬듯이, 파워아머를 입고 미니건을 든채 구식 라이플을 쏘아대는 적에게 총탄을 튕겨내며 돌진해서 다진 고기로 만드는 재미만은 무척 잘 살린거 같습니다. ^^a
어찌되었건 구입한지 2년도 넘은 메이커 컴퓨터라 아무리 리뷰를 재미있게 봐도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정말 PS3 같은 걸로 한글화가 된다면 당장 머신을 구입할거 같은데, 그럴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는 것이 참으로 아쉬운 현실입니다.
정말로 노력하면 아슬아슬하게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절묘하게 밸런스 조절이 된 적 캐릭터.
단순 작업은 효율이 나쁘지만, 궁리하기에 따라서 점점 효율이 올라가는 경험치 시스템.
리셋 불가의 긴장감. 그렇지만 풍레의 시렌같은 게임에 비해보면 주인공 캐릭터가 사망하는 것은 생각보다 드물기 때문에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음. (사실 보통 게임에서도 로드 노가다나 리셋 노가다는 게임을 즐기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
모든 캐릭터가 깊이있는 인간성과 역사를 갖고 등장하는 압도적인 리얼리티.
그래픽도 너무 멋지다. 거의 무한×무한 픽셀로, 매초 무한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다.
색도 거의 무한한 색을 사용할 수 있다. 저녁놀같은 것은 정말 엄청나게 멋지다.
BGM 종류도 거의 무한. 선곡도 자유롭다. 스스로 만든 곡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터무니 없이 복잡하고 세련된 시나리오.
리얼 출산 시스템 채용. 자신과 자기보다도 소중한 상대의 유전자를 반씩 계승한, 기적과 같은 캐릭터를 낳아, 그 녀석에게 자유롭게 여러가지를 교육하며 기를 수도 있다.
플레이 하다보면 정말로 즐겁고 기쁘다.
고양이나 개 등의 생물도 등장하는데, 무척 귀엽다. 클리어 할 때까지 다 먹어보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수의 요리가 등장하며 매우 맛있는 것도 가끔 먹을 수 있다.
메뉴얼이 없고 난이도나 사양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스스로 데이터와 사양을 추측할 수 밖에 없다. 아무래도 사양이나 난이도는 상당히 높아보이지만 아무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따라서 일단은 대략적으로 추정한 후 거기에 기초를 두고 행동하고 데이터를 산출해가면서 서서히 예측치를 수정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게 또 상당히 재미있다. 서서히 밝혀지는 세계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수수께끼가 무한히 존재.
친구와 함께 협력해서 플레이 할 수도 있다. 무료.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게임 내에서 또 별도의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할 수 있다.
등장 캐릭터와 정말로 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믿기 어려울 정도 깊은 감동을 맛볼 수 있는 이벤트가 꽤 있다.
물론 정말 열심히 플레이 하지 않으면 단지 이벤트 분기에서 계속 실패만 나올 뿐이겠지만.
이런 엄청난 수준의 게임을 졸작이라느니 하는 식으로 떠들고 다니는 놈은 정말 이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 해본 적 없는 놈들 뿐이다. 뭐, 전혀 노력도 안 하고 쉽게쉽게 깰 수 있는 게임만 하는 녀석들한테는 이 게임이 확실히 조금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만 일단 이 게임에 빠진 놈들은 전부 이 게임을 그만두기 싫다고 말할 정도로 중독성도 엄청난 게임이지.
오래전 우연한 기회로 '전파만세'를 알게되었습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가는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곳입니다. 본문에 웃고 리플에 웃다보면 지칠때까지 멈출 수가 없더군요. ^^
그렇게 왕왕 들려서 글을 읽다가 위의 글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국내 게임관련 커뮤니티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발상이라 그러려니 했는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뭐랄까 한번 생각하고 넘어갈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개인적인 감상이 교차하는 와중에 한가지 결심을 했죠. 제 인생에 있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는 게임에 대해서도 이곳 블로그에 카테고리를 만들어 이야기할 생각인데, 그때 첫번째 포스트로 이 글을 걸어두자고 말입니다. (물론 전파만세의 해당 포스트에 양해를 구하구요. ^^a)
사실 이곳에서 게임에 대한 어떤 현학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당하기도 버겁고 그저 다른 포스트들 처럼 가볍게 읽고 즐겁게 돌아갈 수 있는 이야기면 충분합니다. 그래도 뭔가 조금 곱씹으며 돌아갈 만한 것이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다. ^^a
어찌되었건 그런 결심을 한지 벌써 1년도 훌쩍 지나버렸지만(왠지 적당한 기회가 없었네요), 결국 이렇게 Game 카테고리를 엽니다. 뭔가 거창하게 주절주절 떠들어 버렸는데, 그냥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읽을 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